목회서신

성탄카드의 추억

황의정 목사 0 10,646 2018.05.04 08:11

그제 멋진 성탄 카드를 받았습니다카톡으로 보내온 최신식 카드였습니다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화려하게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황홀의 경지였습니다수년 전부터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창작품들입니다아쉬운 것은 이 카드에는 자기의 개인적인 인사 메시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월과 함께 성탄 카드도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어려서는 카드를 손수 만들었습니다그림에 재주가 없는 저도 형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몇 자 적을 때는 글씨도 작품처럼 보였지요많은 분들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고 그저 많아야 10장 정도였지요학교에 가면 친구들끼리 예쁜 성탄 카드를 서로 돌려보며 감상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한 번 보고 휙 던져버릴 수 없어서 몇 년이 지나도 간직하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카드였습니다.

성탄절 카드를 전문으로 그려서 판매하는 재주꾼들이 생겨났습니다동일한 카드를 손수 그려서 판매하는 것이지요한 사람이 몇 가지 모델을 개발한 뒤에 수동식으로 대량생산(?)하여 일대일로 팔았습니다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쓰고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쓰고그리고 속지에 정성스레 즐거운 성탄과 새 해를 맞이하여 소원하는 모든 일이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써서 보냅니다어떤 이는 평소에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를 추가합니다몇 사람에게 받은 카드 중에 동일한 카드가 2장이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좀 실망이 되었지요.

그 후에 성탄 카드에 장삿속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아예 인쇄소에서 다량으로 인쇄하여 다양한 모양의 카드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손으로 그리던 카드는 추억이 되었습니다카드를 보관하는 것도 옛날 말이 되었습니다하지만 손수 또박또박 새기듯 쓴 안부와 축복의 말은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이 어간부터 성탄 카드를 보내고 받는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기도 했지만 성탄 카드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평소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탄 카드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정치인들도 가끔 보내오고교단 총회장님과 총무님 등 지도자들에게서도 왔습니다아무 공직이 없는 분에게서 카드가 오면 이 분이 내년에 선거에 출마하나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새 해의 복을 기원하면서 안부하던 순수한 목적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속셈만 남은 것입니다이런 카드의 특징은 손으로 쓴 글씨가 한 자도 없다는 것입니다인사말은 당연하지만 보내는 이의 이름도 한꺼번에 인쇄를 하는 것입니다더 이상 카드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제가 스스로 카드를 보내지 않기 시작한 때가 이때쯤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제 책상 옆 벽에 붙여둔 몇 장의 성탄 카드가 있습니다신종 카드입니다가족사진을 찍어서 인화지에 인쇄하는데 인사말까지 함께 새긴 것입니다아주 친밀한 관계인 경우 매년 보내오는 사진에서 자라가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어서 좋지요일부에서는 가족사진을 보내오니 버릴 수도 없고그렇다고 남의 사진을 보관해야하는 부담도 된다고 합니다후배들이 선배에게제자가 스승께 보내는 가족사진 카드는 새로운 카드 시대를 장식했는데 이 시대도 가는 듯합니다.

그리고 요즘에 새로운 카드 시대가 전자카드입니다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지고최고의 종합예술 작품입니다내가 받은 것을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아주 편리합니다아쉬운 것은 개인적인 인사나 정을 나눌 수 없다는 것입니다세상이 하도 빨리 변하니까 앞으로 어떤 카드가 나올지 예측불허입니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은 다 지나가고 새로운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것입니다이번에 우리 선교사님들께 각 기관별로 성탄 카드를 쓰고선물을 준비해서 보내드리면서 생각했습니다선교사님들도 우리 교회에 성탄 인사를 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동영상으로 성탄 인사를 만들어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선교사 가족들의 얼굴도 보고목소리도 듣고. . . 눈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도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것 같아서 그랬지요성탄 카드 역사의 새 장이 열리는 중입니다하하하. . .

성탄 카드는 하나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축복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습니다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생명 없는 카드를 보내기보다는 정성과 생명이 서린손으로 만들고 쓴 추억의 카드를 몇 장 보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나님은 독생자를 아기 예수로 보내주셨는데 이 기쁜 소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카드 한 장축 성 탄손으로 쓴 카드 한 장이 기다려집니다.


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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